자린고비 빵구씨
우리 동네에는 “빵꾸씨”라고 불리우는 사십대 남자가 살고 있습니다.
“날씨 좋다.얼른 적금하러 가야지.룰루랄라.”그에게도 이름이 있지만 사람들은 “빵꾸씨”란 별명에 더 익숙합니다.
동네 사람들을 물론 은행에서도 그를 “빵꾸씨”라고 부릅니다.
“빵꾸씨 고객님 여기 있습니다.”
그는 그렇게 불리우는 것에 대해 언짢아 하지도 싫은 내색도 않습니다.빵꾸씨란 별명을 얻게 돤 것은 그가 지독한 구두쇠이기 때문입니다.
어느 날 빵꾸씨가 동네 사람들을 집으로 초대를 했었던 때의 일 입니다.
“그 자린고비가 웬일이야? 초대를 다하고….”
“누가 아니래요?”
그런데 집에 들어선 순간 모두가 기겁을 했습니다.구멍 뜷린 양말에,입고 있는 런닝 셔츠는 너덜너덜한 걸레였습니다.보기만 해도 민망했습니다.
사람들은 빵꾸씨 아네에게 화살을 돌렸습니다.
“쯧쯧쯧, 아따 남편한테 저런 걸 입히는 여자가 어디 있대.”
“입지 말라해 싸도 소용 없당게.버리면 도로 주워 입는디 낸들 워쩌.”
빨래 건조대에 눈을 돌린 동네 사람들은 또 한번 경악했습니다.
구멍 난 양말과 해진 셔츠들이 한가득 널려 있기 때문입다.
“구멍이 났으면 꿰매든가. 저게 뭔 궁색이래.”
“내가 편하믄 그만이지.신경 끄시랑게요.”
그 후로 사람들은 구멍 난 양망과 셔츠에 빗대어 그를 “빵꾸씨”라고 불렀던 것입니다.
“저 사람이 그 유명한 구두쇠래.”
“저 구멍으로 돈 다 새나갈라…큭큭큭.”
동네 사람들은 그를 은근히 따돌렸고 슬슬 비꼬기도 했습니다.
“글쎄,공부빵을 빼곤 집안에 불을 다 끄고,겨울에도 보일러를 안 켜 집이 냉장고래.쯧쯧….”
“반찬도 버린 시래기나 생선 대가리가 전부래.”
어떤 조롱에도 빵꾸씨의 자린고비 생활은 여전했습니다.그러 던 어느 날,동네 사람들은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글쎄,영철이네 아빠도 돈을 빌려 썼대요.”
그렇게도 인색한 자린고비 빵꾸씨가 어려운 이웃에게는 이자도 받지 않고 돈을 빌려 주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정말 잘 썼습니다.”
“큰 도움이 되었어요.감사합니다.”
빵꾸씨에게 도움을 받은 사람들은 한두 명이 아니었습니다.그 중에는 빵꾸씨를 비웃던 사람도 있었습니다.
“자긴 도움도 받아 놓고 왜 흏을 본 거야?”
“남들이 그러니까.나도 모르게 얼떨결에 그랬어.”
그 후로 다들 빵꾸씨의 구멍을 이해하게 되었습니다.빵꾸씨는 구멍난 양말을 신으면서 어려운 이웃의뚫린 가슴을 목목히 꿰매 주고 있었던 것입니다.
냄비 두 개
몇 년 전,외국인 근로자들이 많은 공단 내에서 부모님이 구내 식당을 하셨을 때의 일입니다.
친절하고 인심 후한 누나로 통했던 어머니는 한국인들과 식성이 다른 외국인들을 위해 언제나 그들 입맛에 맞는 음식을 준비했습니다.아버지도 타국 만리에서 고생하는 모습이 딱하며 이것저것 고충 처리를 도와 주곤 했습니다.
“누나,저 밥 촘 더 추세요.”
“그래,누나 간다 .밥 여기 왔습이들 먹어요.”
그 덕분인지 식당에는 늘 손님이 끊이지 않았습니다.하지만 1년여 동안 식당 운영을 했을 무렵,부모님은 여러 가지 사장으로 식당일을 그만두게 되었습니다.그간 정들었던 사람들 모두 이제야 자리 잡아가는데 그만둔다고 많이 아쉬워했습니다.어머니는 새주인에게 외국인 근로자들이 어떤 음식을 잘 먹는지,싫어하는 양념은 무엇인지 상세히 일러줬습니다.
그런데 가게를 정리하기 며칠 전,그날은 식당 문을 열지 않는 휴일이었습니다.외국인 노동자들이 하루 종일 먹을 도시락을 싸기 위해 식당 주방에서 어머니가 홀로 일하고 있었습니다.그때 잘 알고 지내던 한 외국인 노동자가 불쑥 들어왔습니다.
“누가,여기 아무도 없어요?”
“응,나밖에 없어.그런데 어쩐 일이에요?”
자세히 보니 그의 등이 불록 튀어나온 게 무언가를 감추고 온 모양이었습니다.아무도 없는 걸 확인한 그가 배시시 웃으며 점퍼를 벗고 등 뒤에서 꺼낸 건 신문지에 돌돌 말은 냄비 두 개였습니다.
“제가 공장에서 만든 냄비예요.”
자신이 일하는 공장에서 만드는 냄비를 어머니께 마지막 선물로주기 위해 남들의 눈을 피해 신문지로 싸고,그걸 또 등 속에 감춰서 가져 온 것입니다.등이 툭 불거져서 오히려 더 티가 났을 텐데 말읍니다. 고된 노동과 은근한 멸시 속에서도 따듯함을 잃지 않는 그네들의 이야기를 어머니께 전해 들으며 나도 모르게 눈시울이 붉어졌습니다.
그것은 어머니의 가슴을 보글보글 끓게 한 이별 선물이었습니다.
“여기다 국 끓이고 밥하면 휠씬 더 맛있겠어요.호호호.”